전자책을 뒤늦게 경험하다.

종이책을 읽을 때 5장에 한번씩 핸드폰을 열어보는 나의 나쁜 ADHD같은 습관을 스스로 깨닫고, 처음부터 핸드폰으로 책을 보는건 어떨까라고 생각한 것은 묘안이였다.

그래서 영화를 본 뒤 재밌어서 책으로도 보고 싶었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리디북스에서 제공하는 미리보기로 보게 되었다. 다만 e-book이 굉장히 중독성이 강하다는걸 깨닫는데는 오랜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밥에는 돈을 잘쓰면서도 컨텐츠에는 유난히 인색했던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후회가 되기도 했다.

플랫폼은 회사 동료의 추천대로 장서 수도 많고, 전자책 한 가지만 메인사업으로 하고있는 리디북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10% 할인을 하고있었지만 전자책 분야가 그들에겐 사이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졌다.

나 스스로 독서모임을 이끌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 소설을 읽는 행위에 대해서 모종의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을 읽는 것이 내 프로그래밍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실과, 원체 책 읽는 속도가 느리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사실 후자가 해결되면 전자는 어느정도 용서가 되는 문제였다.

종이책을 볼 땐 뭔가 이제부터 자리를 지켜야한다는 압박감도 들고, 적절한 밝기도 필요하다. 여기에 앞서 밝힌 5장에 한 번씩 핸드폰을 보는 습관까지 겹치니 책 읽는 속도는 느릴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두꺼운 책은 끝까지 읽혀지지 못한 채 책장을 장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 것은 내용이 많아서 보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기인하는게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자책은 모든 플랫폼에서, 내가 보고싶은 밝기로 볼 수 있고 언제든지 다시 열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전자책을 직접 사서 보기 전에도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큰 간극이 있었다.

흥미롭게도 리디북스를 보고 있는 동안은 메신저나 페이스북 같은 앱이 공해이기 때문에 (한번에 한 앱만 볼 수 있는 한계 때문에) 그런 메시지들을 무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종이책보다 더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또, 글씨 크기나 회전 상태에 따라 페이지 수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분량이 어느정도 되는 책인지 알 수가 없어서 궁금하면 일단 읽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구매 후 방금 책 한권을 끝까지 읽기까지 3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별히 시간내지 않고 읽은 것 치고는 빨리 읽었다고 생각한다.

전자책이 예전부터 존재했는데도 그동안 종이책을 고집했던 이유는, 종이책이 내 소유욕을 충족시켜주고 종이 특유의 질감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가격도 전자책만의 상대우위가 없었다.

하지만 전자책 역시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언제든지 열어 볼 수 있는 책장을 주었기 때문에 더 이상 소유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심지어 아마존은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더 비싼 경우도 종종 있다. 스스로 전자책을 경험하기 전에는 이런게 전혀 이해가 안됐고, 전자책은 종이책 값의 절반 이하가 되어야 잘 팔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독자가 읽기 행위를 통해 얻는 것은 컨텐츠 자체이지, 딜리버리 방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자책은 주머니 속에 책장을 넣고 다닐 수 있으므로 소비자 입장에선 그 가치에 합당하게 비싼 것이 당연한 것이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결과적으로 전자책이 더 싸야한다는 통념은 디지털 컨텐츠의 쉬운 복제성 때문에 그 컨텐츠의 가치도 낮다고 생각한 오류인 것이다. 앞으로 갈수록 종이책의 입지는 줄어들 것이고 출판 자체가 단말기에서 소비하기 편한 형태로, 빠르게 소비하기 편한 형태로 편집될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자명하다고 본다.

전자책을 꼭 사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 편리함이 너무나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