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증에 대해

도시인은 누구나 어느정도의 불안증을 안고 사는 걸까?
적어도 나는 안고 사는거 같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순간 ‘나만 그런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잘 지내고 있다가도 이따금
다음달에 볼 시험에 대한 생각부터 시작해서
(나는 직장인이 되면 시험을 안볼줄 알았다… 순수했어..)
난 아직도 다리미를 못샀고, 책 1달에 2권 읽기도 못했고,
집에 매일 한번 씩은 전화하기로 했는데 못하고 있고,
영어공부는 언제해서 언제 유학가고,
에버노트에 쌓인 수백개의 노트들은 앞으로 더 할일이 많다는 무게감을 반증하고..
이대로 시간을 글 올리면서 흘려보내도 되는건가 싶기도 하다. (?)

스스로 불안증에 대해 객관적으로 잘 알고 싶을 땐,
앱에 등록된 TODO 개수를 세본다.
많을 수록 뭔가 불안하다. 반드시 쳐내야만 하는 나만의 이슈트래커 같은 느낌.
언젠간 기억이 퇴화되서 ‘이제 저녁 먹을 시간!’이라고 적을까봐 걱정된다.

사람의 생각 중 99%는 쓸모없는 생각이고
그 중의 대부분이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더라.
뇌를 아웃소싱해서 정말 기억하고 싶은 중요한 것만 들고 다니려고 했는데
중요도를 잘못 생각한 나머지 정말 더 가치있는
‘여유’ 같은 측면들은 놓치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은 TODO의 갯수가 불안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대로 못하는 제약이 불안증을 만든다.

제약은 몇 가지 뫼비우스의 띠같은 부분들이 있는데..
나태해지기 싫었던 과거의 내가 스스로 만든 제약이라는 점과,
‘지금 어느 때보다 가장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말을 무조건 반사처럼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일정량의 제약 없이는 뇌가 창의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약에서 빠져나오면 외로운 편안함을 느끼고,
지금처럼 제약을 걸면 함께하는 불안감을 얻게 되는 아이러니 속에서
라이프스타일은 더 좋은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입고 싶은 옷을 고르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지금은 미래를 색칠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가끔 제약으로 인해 힘든 기간이 지속되다보면,
스스로 휴식이 필요하다며 여행을 떠나라 부추긴다.

흥미롭게도 내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여행들은..
잘 곳이나 볼 곳도 전무한, 지역 외엔 어떠한 계획도 없이
일단 떠난 뒤 열차나 비행기 안에서 뚝딱뚝딱 갈 곳을 정했던 여행들이다.

몇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워야하는 여행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휴식을 위했던 여행이 오히려 또 다른 대형 이슈가 된다.
1주일을 즐기려고 1달을 고민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사실 여행의 그것과 같다.
사실 그 동안은 매일매일이 이벤트 같은 연애를 동경해왔다.
갑작스레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데이트도 정말 기대하지도 않았던 재미난 곳을 가고..
그래서 상대방에게 갈수록 더 큰 기대감만 안겨주다가, 결국 종단엔 버블이 되어 돌아오더라.

계획 없는 여행은 짧지만, 스트레스도 없고, 굉장히 재미있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하지만 이제 한번 떠나면 돌아올 수 없는 여행에 대해서 고민한다면
과연 빈 손에 행운만 들고 떠날 수 있을까?

나는 요즘 요런 느낌의 생각들을 하고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