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마침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완독했다. 이 책을 통해 이윤기씨의 번역을 처음 접했는데, 원전의 재창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최고의 번역이었다. 역서가 아닌 처음부터 한국어로 쓰여진 책이라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철학적인 생각을 많이하게 하고, 중간중간 멈춰서 사색하게 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어려울 수 있는데도 번역이 많은 장벽을 허물어주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의 3가지 인생철학에 배경을 두고있기 때문에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해설을 보면 작가의 내면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은 주인공인 조르바와 화자가 우연히 동행하게 되면서 나누게되는 대화로 구성된다. 주인공인 조르바는 세속적인 가치를 가장 값진 것으로 내세우는 인물이자 동시에 위대한 인물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조르바를 부러워하며 현실경험보다 책과 사색에 몰두하는 화자는 사실 저자의 분신과도 같은 인물이다.

조르바는 삶과 죽음에 있어서 두려움도 경외감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사면을 굴러내려오는 돌멩이를 보며 생명력을 느끼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조르바-조르바의 양면성과 조르바-화자 간의 대조가 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다.
사실 조르바의 양면성은 천성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길러진 것이다. 민족전쟁에 전사로 참여한 조르바는 적의 사제를 죽인 뒤 시장에서 그 자녀들을 목격하는 경험을 한다. 이를 통해 화자가 추구하는 종교나 민족주의 같은 이상적인 가치들이 허상일 뿐이며,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이기 위해 몸부림치는 방법들 중 고결한 모습을 띄고 있을 뿐이라고 역설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리면서도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사제를 경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부당한 비난을 받으며 살해당한 과부와 옛 시절을 추억하는 늙은 여가수에 대한 애상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르바에게 배울 수 있는 것들

  • 개인의 사상과 관계없이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다.
    생명이 모든 것을 우선한다.
  • 자연의 변화를 주목하고 생동하는 모습들을 경이롭게 관찰하자.
    모든 것은 살아 있다!
  • 고통과 절제를 통해서 속죄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내린 선물을 직접 경험하며 천국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 영혼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따라가라.
    책을 보거나 상상하지 말고 원하는 곳으로 가서 원하는 것을 해라.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추며 영혼을 살찌워라.
  • 중독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욕구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 꼭대기까지 젖어드는 것이다.
    버찌가 먹고 싶으면 버찌 한포대를 목구멍이 넘치도록 먹고 토해라.
    다신 보고 싶지 않게 된다.
  • 음식을 먹고 잠을 자고나서 얻은 에너지를
    어떤 것에 가장 열정적으로 쏟았는가가 스스로를 규정한다.
  •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노동의 노예가 돼라.
    노동의 목적이 무엇이든 상관 없다. 떼돈을 벌고 싶어서 일하는 것이라도 괜찮다.
    일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고 젖어들 수 있다면 그만이다.
  • 실패해도 좋다. 재기에 대한 희망조차 가질 필요없다.
    노력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고, 파괴에도 미학이 존재한다.
  • 나이에 제약을 설정하지마라.